작년 11월 말에 기관공학부 4학년 졸업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4년 동안 수강한 과목들에 대한 무기명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 이유는 학부 교과과정 개편을 앞두고 정리해야 할 과목들을 골라내기 위함이었다.
이때 의외의 결과가 하나 나왔는데 기계과 3역학 (열역학, 재료역학, 유체역학)이 졸업반 학생들에 의하여 가장 쓸모 없는 과목으로 선정된 것이다. 기관공학부는 공대의 기계과와 가장 비슷하다. 참고로 기계과는 전기도 배우지만 전기과는 기계를 거의 배우지 않는다.
우리 대학의 조선과와 토목과도 3역학 중에 유체역학과 재료역학을 배운다. 3역학을 모두 배우는 학부/과는 우리 기관공학부 뿐이다. 과목명은 재료역학이라고 하고 다른 것을 가르치는 학부도 있다. 5역학은 3역학에 정역학과 동역학을 더한 것이다. 기관학부는 정역학과 동역학은 수강자가 적어 과목을 없앴다.
기계과 출신이 기업에 들어가면 넓게는 5역학, 좁게는 3역학 실력을 종합하여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즉 3역학은 기계공학도의 능력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3역학으로 먹고 사는 것이다. 따라서 기계과 2, 3학년은 거의 대부분 시간을 3역학을 다양한 모형에 적용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쓰게 된다.
우리 학부는 3역학을 과목당 3학점씩 최소한도로 가르친다. 분량으로도 일반 대학 기계과의 1/3 정도다. 교재도 다른 대학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우리 대학만의 책들이다. 3역학을 배워도 도대체 일반대학 기계과에서는 무엇을 배우는지 알지 못한다.
만일 학생들이 기관사만 하고 말 것 같으면 3역학이 필요 없다. 따라서 학생들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관사로 평생(40세 이상) 직업을 갖는 사람은 승선자의 10%에 불과하다. 나머지 90%는 다른 직업을 갖게 된다. 그때는 3역학을 종합하여 실제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자신의 앞길을 열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