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 출신으로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은 아직은 1명인데 조선공학과 졸업생으로 기계공학박사를 받았다. 내 실험실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지금 쯤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카이스트에서 박사를 받으면 여러가지 좋은 점이 있는데 3가지만 쓰라면 다음과 같다.
1. 군대가 해결된다.
우리 대학에 서울대나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신 남자 교수님이 공대(교양학부 포함)에만 모두 7분인데, 군대를 갔다 오신 분은 단 한 명도 없다. 박사학위를 받으면 병역특례법에 의하여 군대를 면제 받기 때문이다. 현재 내 실험실 출신 학생(조선공학과 졸업)이 포항공대 기계과 대학원을 다니는데 마찬가지로 박사학위를 받으면 군대를 면제 받는다. 아마 내년쯤 학위를 받을 것 같은데 우리 대학 출신으로 첫 번째 포항공대 박사가 된다.
2. 좋은 직장에 취업한다.
선장이나 기관장에 비하여 보수는 높지 않을지 몰라도 고급 직장을 잡게 된다. 고급 직장이란 머리를 써서 하는 전문적인 일이란 뜻이다. 따라서 평생 하는 일이 일반 직장인과 다르다.
3. 계층이 상승한다.
우리나라에 무슨 계급이 있겠느냐마는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면 주로 만나는 사람들도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기 때문에 저절로 상위계층이 된다. 참석하는 모임도 그 계층이라서 결혼상대도 그 계층에서 구하게 된다. 국립대학 교수가 되었다고 무조건 상위계층에 진입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것은 알겠는데 어떻게 입학하느냐가 문제다. 입시 방식은 수시로 바뀌는데 현재는 시험을 치는 것이다. 오전에 2시간, 오후에 2시간 합해서 4시간 동안에 5과목 10문제를 푼다.(항상 바뀌니 직접 확인해볼 것) 5과목은 공업수학, 동역학, 유체역학, 열역학, 재료역학이다.
채점은 응시자의 이름을 밀봉한 상태에서 2명의 교수가 독립적으로 한 후 위원회에서 평균을 낸다. 합격점수가 결정된 후에 이름을 뜯기 때문에 타대학 출신이라고 불이익은 없다.
문제는 주로 카이스트 기계과 교재에서 출제하므로 본과 출신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우리대학 출신이 카이스트 기계과 대학원 시험을 치려면 우선 카이스트 기계과의 5과목 교재를 구해야 한다. 그래서 기출문제를 참조하여 시험이 나올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카이스트 교재는 대학 교재를 5단계로 나눌 때 1~2단계에 해당하는 그룹으로서 우리 학교 교재들과는 차이가 크다.
또 답안 작성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 대학은 답안 작성하는 방법을 거의 안 가르치기 때문에 알고도 점수를 받기 어렵다. 답안 작성 방법을 가르치려면 수업시간에 칠판에 수식을 일일이 써야 한다. 합격선은 대개 50~60% 득점에서 결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입학한다고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내 실험실 출신이 광주에 있는 지스트 전기전자과에 2명 입학했는데(둘 다 전자통신공학부 졸업), 한 명은 박사학위를 받았으나 다른 한 명은 석사만 하고 나왔다. 그런 곳은 입학해도 잘 하지 못하면 중간에 털려 나간다. 물론 석사만 해도 상당히 좋은 직장을 잡을 수 있으나, 위에서 이야기한 3가지 이점에는 해당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