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가 끝난 후 자체 강의평가를 실시하여 기말고사 때까지의 강의 방향은 물론이고 내년도 강의에 반영한다. 전자공학과 자체강의평가가 끝났는데 무기명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성실하게 답변해주었다.
교재는 우리 대학이나 한해대 해사계열에서 사용하는 교재가 아닌 일반 4년제 대학 전기.전자과 1, 2학년 교재를 선택했는데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이 책은 지방 거점 국립대학에서 많이 사용하는 교재디.
중간시험 결과에 대해서도 자신이 공부한 만큼 나왔다는 의견이 많았다. 점수의 정확성과 공정성에 대해서도 거의 불만이 없었다. 단지 조금 더 공부했더라면 더 좋은 성적을 받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있었다.
중간고사의 [1]번과 [2]번 문제는 많은 학생들이 답을 했는데 1학기에 때 수강한 전기공학의 단순 복습이었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가르친다면 아예 단순 중복인 앞 3~4장은 건너 뛰고 4장이나 5장부터 시작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볼 것이다.
교수 입장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절반 정도의 학생들이 1주에 0~2시간 밖에 전자공학 공부를 않는다는 것이었다. 예습 복습 없이 수업 시간에만 왔다 갔다 한다는 뜻인데, 이러면 서울대 학생들이라고 할지라도 교재를 이해하기 어렵고, 수업도 따라가기 어렵다. 이 책을 쓴 교수님이나 이 책을 가르치는 교수님들은 모두 수업 1시간에 적어도 3시간의 예습과 복습이 따른다는 가정하에 가르친다.
전자공학을 비롯한 대부분의 이공계 과목은 수학처럼 계단식으로 되어 있어서, 앞의 것을 이해해야 이것을 기반으로 뒤의 것을 이해하게 된다. 따라서 예습 복습을 하지 않으면 곧 다음 단계로 나가기 어려워져 전문지식이 더 이상 향상되지 못하고 거기서 멈추게 된다.
아예 학생들이 예습 복습을 전혀 않는다고 가정하고, 매 시간 기관사에게 필요한 지식 2~3개를 손에 쥐어주는 방법도 있는데, 그러면 기본 원리에 대한 이해가 없으므로 수준이 낮은 것은 물론이고, 분량도 한 학기를 수강해도 일반대학 한 달 만도 못한 양을 습득하게 된다. 우리 졸업생들 중에 전기 전자 전공을 살려 직장을 구하는 경우가 극히 드문데, 이것은 학교 다닐 때 이미 결정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학생들이 그럴 생각이 없다는데 교수가 강제할 수도 없는 일이다.
내가 시험 출제하는 방식은 아주 뻔하고 나올 문제도 이미 정해져 있어 어려울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고사에 0점에 가까운 점수도 있어 문제인데, 기말고사는 시험 범위를 다소 좁혀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