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렸을 때부터 키워오던 꿈이 있다. 그리고 그 꿈은 대학이라는 곳에서 현실화되기 시작한다. 입학한 지 얼마 안 되는 기관공학부 1학년 학생들을 면담하다 보면 자동차 산업, 조선공학, 항공공학, 해양플랜트, 로보트, 드론, IT 개발,... 등등 꿈이 다양하다. 하지만 졸업반이 되면 학생을 면담할 때 하선한 후에 무엇을 할지 물어보지 않는다. 별다른 선택의 길이 없다는 것을 서로 잘 알기 때문이다.
기관사로 근무하다 하선하면, 공무원이나 공사 같은 곳 시험 보는 것 외에는, 대부분 보일러나 발전기 같은 곳에서 일한다. 이런 분야는 힘들고 보수도 많지 않기 때문에 일반대학 졸업생들이 잘 안 가는 것이라 우리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은 학교 다니면서 기관사에 특화된 교육이라는 핑계로 하선 후의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대학과 과목명은 같으나 내용은 해기사 관련 사항만 취사선택하여 가르치거나, 또는 아예 전혀 다른 것을 가르치다. 전공교재 수준도 일반대학들 교재와 비교하면 수준차이가 심하다.
물론 입학하는 학생들 수준이 일반 4년제 대학 교육을 하기에 어려울 정도로 낮다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우수한 학생들도 입학한다. 학력이 낮은 학생들 수준에 맞추어 교육을 균등화하면 우수한 학생들은 학교를 떠나게 된다. 그 결과 미래에 학교를 빛낼 우수한 인재들을 매년 잃고 있다.
이제 곧 수강신청 기간이 다가오는데 선택과목은 대부분 공부 안 하고 학점 잘 받는 곳으로 몰린다. 학기 중에도 공부 않는 길만 찾는다. 주말마다 집에 가도 졸업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그리고 졸업하면 누구나 희망자는 모두 해기사가 된다. 만일 졸업생 대부분이 평생 해기사를 한다면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으나 현실은 승선자의 10%에 불과하다.
교수들 중에서도 학생들이 어려워하고 수강을 기피하니 아예 과목을 없애버리자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 결과 교과 과정이 개편될 때마다 일반대학에서는 반드시 가르치는 핵심적인 과목들이 사라지고, 공부 안 해도 되는 편한 과목들로 교체되고 있다. 만일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영어와 수학을 싫어하니 없애버리자고 한다면 학생들의 장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아무리 학점이 좋아도 해운회사를 제외하고는 알아주지 않는다. 보수를 많이 받으려면 하선 후에 전문분야에서 일해야 하는데, 그런 분야는 실력이 안 되면 취업해도 몇 년 못 버티고 나온다. 공부하는 학생은 대학을 다니게 되고, 공부하지 않는 학생은 훈련소를 다니게 되는 것이 우리 해사대학이다.
대학 기간은 인생에 다시 오지 않는다. 어렸을 때의 꿈들은 대학교 시절에 구체화되는데, 공부를 안 하니 가능성의 바다가 말라버린다. 대학에서 꿈을 지워버리는 것이다. 나는 매년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데, "교수님, 제 인생은 제가 알아서 합니다.(교수님은 신경 끄세요.)"가 대부분 학생들의 반응이다. 수업시간에 이런 이야기를 하면 잔소리로 기억되어 강의평가만 나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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