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1]
10년이 조금 더 되었을 것이다. 기관학부에서 가장 성적이 우수한 여학생이 카이스트 조선해양공학과를 쳤다. 지금은 기계항공학과와 조선해양공학과가 합해져 기계공학부로 되어있지만 당시에는 분리되어 있었다. 지금은 성적 상위권이 대부분 남학생들이지만 당시에는 대부분 여학생들로서 졸업식 때 상 받으러 올라오는 학생들은 대개 여학생들이었다
학점과 영어 성적 등 객관적인 지표가 우수하여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면접시험을 보게 되었는데 여기서 떨어졌다. 당시 조선해양공학과에 내 실험을 졸업한 학생이(현재의 안준건 박사) 다니고 있어서 그 학생을 통하여 어떻게 떨어졌는 지를 알아보았다. 열역학에서 카르노 엔진 설명해보라고 하였는데 전혀 엉뚱한 답변을 하여 바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우리 기관공학부는 기관사에게 필요한 열역학을 가르치는 것이지 앞으로 공부하고 논문을 쓸 사람을 위하여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 학교에서 공학을 배운 학생은 누가 가도 합격하기 어렵다. 만일 카이스트를 노렸다면 처음부터 그쪽에 맞추어 공부해야 한다. 이후 한해대 대학원에 진학하였다는 소식까지 들었는데 그 다음은 모른다.
그 학생은 객관적 지표가 우수하므로 당연히 합격할 것으로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카이스트 교수들은 학생 보는데 특화된 사람들이다. 이 교수들은 자기 이름으로 논문 써줄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실력이 되는 지를 가장 짧은 시간에 판단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CASE2]
약 6~7년 전 2학기 말에 기관공학부에서 수석 졸업이 예정된 남학생이 나를 방문해 상담한 적이 있다. 의무승선을 마치고 하선한 후에 미국 MIT 기계공학과로 유학을 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내가 학생에게 기관공학부에서 70년 동안 매년 수석 졸업자가 배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MIT는 그만두고 영어권에서 단 한 명의 박사도 배출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학생은 '글쎄요' 라고 하며 답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혹시 다른 대학 기계공학과에서 어떤 책으로 무엇을 배우는지 확인해보았느냐고 물었다. 그 학생은 확인해본 적이 없고 오히려 '뭐 하러 확인해봅니까?' 하고 물었다. 내가 비교해보고 오라고 하였고 그 학생은 다시는 오지 않았다. 비교해보았으면 거기서 스스로 답을 찾았을 것이다. 의무승선을 오래 전에 마쳤을텐데 지금은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
우리는 기관사에게 필요한 기계공학을 가르치는 것이지 대학원에 진학하여 공부할 학생을 위하여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상위권 일반대학 대학원에 진학하려면 일반대학에서 무엇을 배우는 지를 알아야 한다.
나는 해기사 양성에 최적화되었다는 우리 학생들이 공부하는 수준이 정확히 어느 수준인지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현재 이상의 공부를 하고 싶을 때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 지를 정확히 이야기해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