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이 학생 모집에 자유스럽다 보니 정상적인 대학 교육이 어려운 학생들도 입학한다. 정상적인 대학 교육이 어렵다는 뜻은 한글 해득이 어렵다는 뜻이다. 고등학교 내신 성적 7~9등급에 들어가는데 해사대 학생 중에 10~20%로 대학 교재를 읽을 수 없다. 교재를 사도 책장에 꽂혀 있을 뿐 한두 번 펴보지도 못하고, 학기가 지나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게 된다. 한해대와의 차이가 한해대는 이런 학생들은 안 받는다는 것이다.
1등 기관사 출신 교수 한 분이 말씀하시기를, 해양대학을 졸업한 해기사들 중에 3~4쪽으로 된 한글 지침서를 주고 업무를 맡기면 못 하는 해기사들이 종종 있는데 이때 나무라면 절대로 안 된다고 한다. 업무를 못 하는 이유는 지침서를 못 읽기 때문이라서, 불러서 옆에 앉혀 놓고 한 줄씩 읽으면서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고 한다. 한글을 못 읽는 사람은 대개 기억력이 발달하여 이를 보완하기 때문에 말로서 지시하면 잘 한다고 한다.
내가 "인간과 우주"라는 교양선택 과목을 매년 가르치면서 느낀 것도 비슷하다. 교재는 내가 고등학생 이상을 대상으로 집필한 교양과학 서적인데 정상적인 대학생이라면 하루면 다 읽을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 중에는 교재를 샀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이해를 못 한다는 학생들이 항상 있다. 이 학생들은 내 과목을 수강하기 전에 아폴로 우주선 달에 가는 그림 정도가 나오는 초등학교 수준의 강의를 기대하고 온다. 그리고는 속았다고 생각한다.
KOCW에 가보면 인간과 우주라는 과목을 운영하는 대학들이 여럿인데 우리 대학을 제외하고는 모두 천문학이나 천체 역학 문제를 푸는 것이다. 나처럼 단순히 여러 과학 지식을 소개하는 수준의 평범한 강의는 없다.
이 수준의 학생은 내 강의 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 강의도 모두 이해하지 못하므로 교수의 자비가 없으며 다 성적이 나쁘다. 이는 대학 교육이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지만 학교에 입학한 이상 졸업시켜야 하는 것이 학교의 방침이다.
이런 학생들은 다른 것 다 필요 없고 초등학생용 동화책부터 구해서 읽어야 한다. 아니면 성경이라도 읽으라고 하고 싶다. 대학에 입학했어도 아직 늦지 않았다고 본다. 다른 학생들이 초등학교 때 읽은 동화책을 안 읽어서 발생한 문제인데 시간을 압축하여 해결할 수 있다. 배우는데 부끄럽거나 늦었다는 것은 없다. 초등학교 동화책부터 읽으면 책의 내용이 보이는 날이 반드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