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사회는 공정한 학교에서부터 만들어진다. 그리고 공정한 학교는 무엇보다 시험의 공정성과 성적의 공정성으로부터 이루어진다. 학생이 기출문제만 있으면 좋은 성적을 받게 되면, 구태여 공부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며, 세상이란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니라 요령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서도 그대로 반영된다.
나는 우리 학교에 온 이후 학부과목이건 대학원과목이건, 지금까지 항상 모든 시험의 기출문제를 공개하여 왔으며, 모범답안을 게시하고 채점 후 학생에게 성적을 확인시켜왔다. 중간고사는 채점한 답안지를 나누어 주었으며, 기말고사는 학생들이 요청이 있으면 채점한 답안지를 사진으로 찍어 우송해주었다. 모든 시험은 문제지와 답안지를 분리하여, 답안지만 제출하고 문제지는 가져가 공부하게 하는 것이 원칙이다.
시험에서 특정인에게 특별히 유리한 것이란 있을 수 없다. 평소에 공부하는 사람이 좋은 성적을 받아야 졸업후 사회에 나와서도 노력하는 사람이 대우를 받는 공정한 사회가 이루어진다.
예전의 시험문제를 그대로 내면, 교수들도 편하고 학생들도 편한, 교수와 학생의 <공동이익>이 실현되는 것이다. 당연히 이런 교수들은, 학생들을 <편하게> 해주기 때문에, 강의평가도 높다. 하지만 학생들이 실력이 안 생기게 되므로 결국은 학생이 죽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