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내에서 학부명칭 변경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이유는 해양경찰학부가 학부명을 지금처럼 바꾸어 입시에서 큰 성공을 했기 때문이다.
과거에 해양메카트로닉스학부(메카학부)가 명칭 때문에 수년 동안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낸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메카학부마져 명칭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 과거에 명칭 때문에 성적을 냈던 것은 해양메카트로닉스라고 하니까 기관사 외에 무엇인가 많은 것을 배울 것 같은 느낌을 준 것이다. 메카트로닉스란 기계공학과 전자공학을 결합한 학문 분야를 말한다. 그 결과 공부하고자 하는 많은 우수한 학생들이 메카학부를 지원했다. 기관학부 교수 입장에서 매우 부러웠다.
그런데 그 메카학부가 이제는 그 이름 때문에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메카학부를 가면 웬지 공부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학생들이 기피한다는 것이다. 대학에 공부하기 위해 들어오는 학생들은 이제 거의 없고 대부분 취직하기 위해 들어오는데, 가장 좋은 것은 공부 않고 취직하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느낌이 들게 하는 학부명칭은 입시에 손해가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갈수록 더할 것이다.
해양경찰학부(해경학부)로 이름을 변경하니 학생들이 몰려와 좋은데 이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항상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안 좋은 점도 있다. 우선 역학 과목을 비롯한 전공 수업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해경시험에도 안 나오는데 뭐 하러 공부하느냐는 것이다. 이래서는 실력 있는 학생들을 배출할 수 없다. 기관사 시험이야 누구나 합격하니 공부 하든 안 하든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해경학부의 또 하나의 문제는 학교에 입학한 목적이 기관사가 아니다 보니 해기사 나가는 비율이 전체 학부들 중에서 가장 적다는 것이다. 또한 재학 중 군대 가는 비율이 가장 높다. 그러면 이것은 해기사 양성기관을 벗어나 일반대학화 하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해경시험과목들만 남고 나머지 과목들은 대부분 죽을 것이다.
대학만 졸업하면 바로 월 400~500만원을 받으니 해기사 월급이 타 직종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많기는 하나 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모두 근무시간이니 시간당 임금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또 6개월 정도를 인터넷도 휴대전화도 안 되는 배 속에서 갇혀 살아야 하다는 것이 요즘 신세대에게는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그리 매력적인 직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요즘 신세대의 선호 직업 순위는 다음과 같다고 한다.
운동선수
의사
교사
크리에이터(유튜브 등)
프로게이머
경찰관
요리사
웹툰만화가
연예인
디자이너
기관시스템공학부(기관학부)도 최근 학부명칭 변경 문제로 학부회의를 거듭하고 있지만 뚜렷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관학부는 전공과목들이 가장 많이 해기사 양성과목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졸업생들 중 해기사 배출 비율이 높다. 당연히 재학 중 군대 가는 비율도 낮다. 해사대학의 존치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셈이다.
반면에 기관공학부라고 하니 신세대 학생들에게 구닥다리 냄새가 나는 것이다. 저기 가면 기관사는 하겠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구닥다리 공부만 하다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는 것이다. 남들이 무슨 학과를 다니냐, 또는 전공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 기관학이라고 하면 마치 19세기 학교를 다니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학부 명칭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열심히 공부하여 실력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열심히 공부할 학생은 대부분 다른 학교를 가고 우리 학교를 잘 안 온다는 것이 문제다. 졸업하면 자신의 실력 외에는 믿을 것이 없다. 학교에서도 실력 있는 학생들을 좋은 곳에 취업시키기는 쉽다. 하지만 실력 없는 학생들을 좋은 곳에 취업시키려고 하니 취업 전략이 필요하고,... 말도 안 되는 작전을 펴고..., 어려운 것이다.
고등학교는 선생님과 큰 상관 없이 학생 스스로 열심히 공부를 하면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다. 하지만 대학은 혼자 아무리 혼자 열심히 공부해도 실력 있는 교수에게 배우지 못하면 좋은 대학원은 못 간다. 대학원을 이야기 하는 것은 대학원에 가기 위한 것이 목적이 아니라, 고등학교의 실력이 대학 입시로 나타나듯이, 대학의 실력은 좋은 대학원에 진학이 가능한가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기관학부는 우리 학교에서 가장 우수한 교수진을 보유하고 있다. 좋은 교수를 만나야 실력이 생긴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까지는 실력 있는 선생님을 찾아다니던 학생들이 막상 대학에 들어오면 그 반대로 행동한다는 것이 문제다.
요약하면 문제는 학부 명칭이 아니라 들어와서 쌓는 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