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보수는 많지 않으나 정년이 보장되고 안정적이어서 많은 학생들이 동경하는 직업이다. 크게 둘로 나누면 사무직과가 기술직이 있는데 사무직은 경쟁률이 수십 대 일, 또는 심지어 백 대 일 이상이어서 합격이 극히 어렵지만 기술직은 몇 대 일에 불과하여 합격이 훨씬 용이하다. 또 우리 학교가 이공계 대학의 성격 가져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경우 대부분 기술직을 선택하여 응시한다. 참고로 해양경찰이나 해군 군무원 같은 직종은 사무직과 기술직의 복합적 성격을 가진다.
7급과 9급 기술직 시험은 대부분 물리학개론이 공통과목으로 들어가 있다. 나는 여러 번 출제를 들어가보았고 요즘도 출제를 하고 있다. 출제를 한다는 뜻이 무엇이냐면 요즘은 문제은행 식이라서 문제은행에 들어갈 문제를 출제하여 파일을 저장한 USB를 우편으로 보내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직접 가서 문제은행에 있는 문제를 골라서 다듬어 출제하는 것이다. 반드시 문제은행에 있는 문제에서만 고를 수 있다. 이 작업은 2~3 명의 교수가 함께 하는데 절대 비밀을 엄수해야 한다. 한 번 출제된 문제는 문제은행에서 빠진다. 하지만 이후 어느 교수가 출제해 제출하면 다시 문제은행에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출제하고 나온 물리학개론 문제가 몇 년도에 어느 시험에 나올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때 출제위원장이 임의로 문제 한 세트를 뽑아서 출제하기 때문에 누구도 알 수 없다. 예를 들면 내년에 서울시 공무원 시험에 나올지, 내후년에 부산시 공무원 시험에 나올 지 모른다는 것이다.
어느 직종이나 물리학개론에서 점수를 받겠다는 응시자는 거의 없다. 물리학개론은 과락을 피하는 것이 대부분 응시자의 목표다. 1과목이라도 과락을 받게 되면 다른 과목 성적과 무관하게 불합격 처리되기 때문이다. 20문제를 출제하는 40%이상인 8문제 이상을 맞혀야 과락을 면한다.
보통 1박2일이나 2박3일로 출제를 하는데, 1차 출제를 마치면 최근에 그 과목에서 최고점을 받고 합격한 공무원이 와서 실제 시험과 똑같이 시간을 정해 놓고 시험을 친다. 그리고 응시평을 써서 출제위원들에게 준다. 이것은 난이도를 결정하는데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물리학개론만큼은 방식이 다르다. 시간을 정해 시험을 치는 것이 아니라 물리학개론에서 최고점을 받고 합격한 공무원에게 문제를 주고 책을 보고 풀어서 내일 가져오라고 한다. 보통 과천의 공무원 연수원에서 출제하는데 거기에는 도서관이 있다.
물리학개론은 7급이나 9급이나 출제범위가 <대학교 1학년 물리>까지로 같다. 즉 우리 학교에서 가르치는 1학년 물리책 전체가 시험 범위다. 나는 출제할 때마다 과연 우리 학생들이 이 문제를 풀 수 있을까 하고 자문해보는데 많은 반성을 하게 된다.